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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

짧지만 좋은글

작성자
정상훈
작성일
2019.11.15
첨부파일0
추천수
0
조회수
257
내용

김정경검은 줄

 

 

 

파업이 길어지고 있었다

주머니엔 말린 꽃잎 같은 지폐 몇 장

만지작거릴수록 얇아졌다

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므로

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시간

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

방바닥에 검은 줄 하나 그어져 있다

특수고용자로 분류된 나는

노동조합이 철야 농성 중인 회사 안으로

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문 위에

붉은 글씨로 쓴 부적들 나부끼고

제 이름 외치며 뛰쳐나온 노란 팬지꽃

화단 위에 삐뚤삐뚤 구호를 받아 적었다

나무 기둥의 몸을 열고 나온 날개미들

좁은 방에 검은 줄 늘려가고 있다

문 걸어 잠그고

쓰다 남은 살충제 쏟아 붓는다

혼자서 살겠다고

혼자만 살아보겠다고

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

개미들이 따라가며 밑줄을 긋는다

고쳐 쓰다만 자기소개서 위의 검은 줄이 흩어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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